이번 남미 여행에서 사실 마추픽추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던 곳이었다.
티비로도 많이 봤고 사진도 봤지만 별 달리 감흥을 느끼지 못한 터였다.
하지만 험난한 여정을 거쳐 도착한 마추픽추는 생각 외로 너무 멋있어서 '고생한 보람이 있나?' 싶었다.
'보람이 있다.' 가 아닌 의문문인 이유는 그래도 쿠스코에서부터 이드로일렉트리카까지의 버스 구간 때문.
비포장 도로에 먼지에.. 정말 베테랑이 아니면 운전을 못할 것 같은 길을 6-7시간 정도 달린 것 같다.
아슬아슬했고 엉덩이가 무지 아팠다..
차라리 얼른 내려서 걷고 싶다고까지 생각했으니..
남미는 역시 젊을 때 와야 하는 곳인 듯 하다.
같은 그룹에 동양인은 오로지 나 뿐이었고 말이 안 통해 눈치껏 따라 다니느라 피곤하기도 했다.
이 그룹에서 내가 빠진들 누구 하나 나를 챙겨줄 것 같지 않은 불안감.
그래도 모든 걸 넘어서 안개 낀 마추픽추의 멋진 풍경을 봤으니 보상은 받은 것 같다.
비 때문인지 길이 무너져 돌아오는 길은 더 험난했다.
차에서 내려서 걷기를 수십분..
사람이 건널 수 있게 공사를 해 주었지만 그래도 불어난 물이 신발 안으로 들어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처음 얕은 곳을 건널 땐 신발에 물이 안 들어와 오오 역시 고어텍스! 하며 좋아했지만 발목까지 깊은 물에선 신발 안으로 들어오는 물은 역시 어찌 할 도리가 없다.
고어텍스는 물을 안에 가두어 놓나?
걸을 때마나 신발 안 물이 느껴졌다..
그 와중에 사람들이 건너기 좋게 하기 위해 나무를 옮겨다 주고 돌을 옮겨다 준 사람들이 있다.
자기들 신발은 이미 다 젖었는데 보고 있자니 너무 고맙다.
가이드일까 공사를 나온 사람들일까 아님 나처럼 여행객일까.
건너편에서는 큰 개를 안고 건너오는 한 사람이 있다.
그 모습도 어찌나 예쁘던지. 마음에 담아 두었다.
작게나마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좋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놀란 건 무너진 길에 언제 공사를 나왔는 지 모르게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며 경찰, 무너진 길 건너편에 대기하고 있던 투어 차량들..
어떻게 이렇게 다 준비가 됐지? 하는 것이었다.
길을 건너기 위해 걷기도 하고 물에 발을 담가야 하기도 했지만 그냥 이 모든 것이 너무 신기했다.
정말 프로들이구나 싶은..
아슬아슬한 길이지만 믿고 맡겨도 될 것 같은 기분. ㅎㅎ
쿠스코로 돌아오는 도중 먹은 4솔짜리 햄버거는 꿀맛이었고 오는 길 내내 나를 챙겨준 칠레 가족들도 잊지 못할 것 같다.
르날도라고 하는 아들은 말 못하는 내가 뒤 떨어질까 계속 봐주고 내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 해 주기도 하고.
고마웠어.
너는 커서 정말 멋진 어른이 될 것 같아.
다시 볼 수 없어 너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