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16. 08:12

집 근처 길에 많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 동네에 있었던 라일락 나무처럼 크지도 않지만

정말 사랑해 마지않는 라일락나무가 몇 그루 있다.

나무라고 부르기도 좀 힘든 아주 어린 가지들 몇 개 뿐인 정도지만.

4월이 좋은 이유는 라일락의 향기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향기와 함께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만나기를 1년 기다린 라일락 나무.

잎이 돋아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언제쯤 꽃을 보여줄까 기대하고 있었던 라일락 나무가

오늘은 아이들에 의해 꺾이고 있었다.

아주 작은 나무이니까.. 아이들 손에 충분이 닿기도 하거니와 줄기도 가느니까..

 

왠지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이 아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하나.

꽃을 꺾으면 안되지 않을까?

꽃이 아파하지 않을까?

뭐.. 이런 말?

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릴 때 누구나 꽃을 꺾고, 잠자리를 잡고 그렇게 놀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잔인하다. 날개가 젖어서 날지 못하게 되니까..

그럼 땅에 떨어져 있다 죽게 되겠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보다, 누군가의 말에 의해 깨닫게 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잠자코 있던 내가 있었다.

 

나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손에 꽃을 들고 있던 어떤 한 아이는 말했다.

이거 저희가 꺾은 거 아니예요.

어떤 언니가 꺾은 거예요.

 

음.. 그래도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꽃은 꺾지 말라고 배우고 있나 보다.. 라고.

 

생명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그래도 오늘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됐다.

 

 

 

 

 

 

Posted by 누쿠모리